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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생각났습니다.

미소1004 2010. 6. 1. 16:15
'지식e'란 책을 읽다가, 오래 전에  '조선회상'이란 책을 읽고 느낌을 나눈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이 책은 '닥터 홀'이란 선교사에 의해 쓰여진 자서전 류의 책인데, 의사인 그가 조선시대의 우리 나라에 들어와 살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적은 내용의 글입니다.
서양의 부유한 문화, 개화된 문화생활을 하던 그의 눈에 비친 우리나라의 모습은 지금 우리가 캄보디아나 베트남의 시골을 방문하고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불결하고 가난하고...

이 책을 읽어 가다보면 가운데 쯤에 선교사이자 의사인 그들이 지리산으로 외유(관광)를 가는 부분이 쓰여 있습니다.
체중 50kg이 조금 넘을까 말까한 바짝 마른 우리나라 사람이 체중 90kg이 넘는 거구인 그들을 지게에 지고 산길을 오르는 부분이 나옵니다. 그전까지는 우리나라 사람을 치료하고 낫게 하였던 그에게서 감동의 눈물을 흘렸고 감사하는 마음이었는데 이 부분에서 갑자기 분노가 일어 책을  더이상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비인간적이라며 화를 내자 그들이 지게꾼으로 쓰이지 않았다면 그들 가족은 배를 곯아야했을거라면서 오히려 일자리를 주어 감사해야 한다고 말하던 상대에게도 화가 났던 기억이 납니다.   

몇 해전 베트남에서 가녀린 여사공이 노를 젓는 배를 타고 석회동굴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나보다 휠씬 작고 약한 베트남 여인이 젓는 배에 두사람이나 타고 관광을 하는 나는 마음이 그리 편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배에서 내리지도 못했으면서 말입니다.  가이드의 말로는 일자리가 없어 이런 힘든 일자리라도 서로 얻으려고 싸움이 벌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내가 커피 한잔을 마시기 위해 에티오피아의 농민은 1년에 5만원을 받으며 중노동을 해야 한다는 글을 읽으며...
잊어서는 안되나 잊혀지는 기억들, 버려서는 안되나 버림 받는 가치들, 남과 똑 같이 존귀하게 태어났으나 그저 힘 없고 가난하여 차별받고 무시당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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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리는 이 행복이 누군가의 희생을, 무시당함과 헐벗음을, 배고픔을 담보로 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들이 생각 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