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하빈

대한민국에서 중1로 산다는 것은...

미소1004 2015. 10. 19. 21:42

하빈이는 중학교 1학년이다.
7교시 수업을 마치면 간식 하나를 사먹고 5시 부터 시작되는 영어 수업을 들으러 간다.
집에 돌아와야할 시간이 훌쩍 넘었는대도 아이가 돌아오지않아 마음이 불안해진다. 무슨 사고가 났을까하는 염려가 아니라 또 단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나머지를 하는 중일 것이고 빈 강의실에 혼자 단어를 외우던 아이는 결국은 스스로를 탓하며 울고 있을 것이기에...
예상 그대로 아이는 8시 쯤에 울며 전화를 했다. 아직 단어시험을 통과하지 못해서 남아 있노라고.
학원 간지 벌써 3시간이 지났는데. 공부가 지긋지긋할만도 하겠다 싶다.
전화를 끊고 학원 밑에서 아이를 기다린다. 밤 9시가 다 되어 아이가 울며 나타났다. 결국은 시험을 통과하지도 못했고 시간이 늦어져 집으로 보낸 모양이다.
학원을 쉬어 보는게 어떻겠냐고 집에서 인터넷강의 들으며 스스로 공부해보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지금도 아이는 학원은 다니겠다고 한다.
사실 어거지로 다니는 학원에서 무슨 배움이 있겠나. 하지만 아이는 불안해 한다. 이마저도 안다니면 안된다고 한다.
공교육 교사로 살아가는 나 조차도 사교육 없는 중고시절은 곧 포기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토요일에 기계공고를 다니다 3학년 2학기가 되어 2주전에 평화의댐 건설 현장에 토목기술자로 취업한 조카의 이야기를 들었다.
외숙모인 나는 조카가 그저 애인할 뿐이다. 내 눈에는 아직 어린데...
조카를 차에 태우고 집에 돌아오며 직장생활 이야기를 듣다가 조카가 한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왜 중요한 건 항상 늦게 깨닫는 걸까요?'
좀더 일찍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일이 지금의 외롭고 힘든 직장 생활을 하며 뼈아픈 후회가 되었을터.
그렇게 지낼 수도 있지만 그렇게 정말 깨달았다면 삶을 바꿀 수도 있는데. 차마 그 말은 조카에게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