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하빈이는 개학을 했다. 개학을 하고도 야자도 학원도 가지 않고 저녁 6:30쯤 집에 오면 폰과 몸과 침대가 한 몸인양 지낸다.
오늘 아침 드디어 남편이 한 소리를 한다.
오래전 하림이와 내가 그랬던 것처럼.
오늘 아침 하빈이 등교는 내가 시켰다. 그리고 나는 집으로 가지 않았다. 차를 몰고 한참을 밖에 있다가 집으로 왔다.
남편도 하빈이도 맘이 좋지 않을 것이고 나도 그렇다. 하지만 나는 하림이 때와 같은 실수를 하고 싶지 않다.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기 전까지는 어떤 걱정의 소리도 그저 듣기 싫은 소리일 뿐.
나는 나의 방식대로 아이가 마음을 먹을 때까지 잘 먹이고 또 잘 먹이고...기다리고 또 기다릴 것이다.
지긋지긋 하다고 말했던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던 하림이 대학 1학년 성적은 정말... 내 평생 그런 성적표를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아이는 1년 휴학을 했고 알바를 했고 7개월간의 긴 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변했다. 긴 여행 동안 아이는 자랐다. 요령이 생겼고 의심도 생겼고 눈치가 생겼다. 자기 앞가림 이라는 걸 할 줄 알게 되었고 복학 후에는 공부의 이유가 생겼다. 좀 둘러서 오긴 했지만 자신의 삶에 대해 구체적인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먼저 간호사가 된 동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진로를 현실적으로 고민하게 되었다. 하빈이도 그러할 것이다. 더 길어질 수도 있고 더 빙빙 둘러갈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하빈이도 삶의 길을 찾아낼 것이다.
부모인 나는
참고 참고 기다리고 기다리고...
힘들 때는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이다.
아직도 맘이 아프다.
응원한다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