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단상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들과의 여행이라 하더라도 여행은 즐겁고 설렘과 함께 힘이 드는 일이다.
낯선 지리와 낯선 음식과의 만남은 사람을 지치고 예민하게 만든다. 그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떠나 온 여행에서 내가 원하지 않는 장소에서 원하지 않는 일정으로 긴 시간이 허비된다면... 머릿 속은 함께한 이들에 대한 즐거움만으로 채워지진 않는다.
이번 홍콩 일정을 짜면서 느낀 것(설계자의 실수)은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은 뭔가 더 많은 것을 보아야만 계획이 잘 짜여졌다 생각을 했는지 몸과 마음이 힘들 정도로 팍팍한 일정이었다. 하루 이틀 끝나는 일정이 아니니 피로는 매일 매일 누적되어 날이 더 하니 피로도 더 했다.
가 보지 않은 곳을 오로지 책이나 블로그의 정보에만 의존해 짜다보니 우리의 형편과 맞지 않고 실수로 길을 찾지 못했을 때의 체력의 손실과 일정의 차질이 생기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밤비행의 피곤을 계산하지 못했다. 숙소에 새벽 3시에 도착해서 체크인하고 이것 저것 준비하느라 잠은 거의 5시가 넘어서 잤는데 그리고 쉬 잠이 들지도 않았는데 다들 일찍 일어난 탓에 두세시간 눈을 붙이고 밤 늦게 까지 돌아다녔으니...
그 다음은 함께 여행한 멤버들의 자유여행에 대한 마음의 자세다.
자유여행을 떠나왔지만 그저 패키지처럼 여행지에 대한 어떤 지식도 일정에 대한 숙지도 없이 케리어 하나 잘 챙겨 몸만 따라오는 것은 조심해야 할 일이다.
짧은 일정이라도 여행에 대한 충분한 의논과 준비가 있어야 시간의 낭비가 없고, 감정의 소비도 적다.
나는 그다지 원하지 않는 일정으로 인해 관심없는 장소에서 원하지 않는 시간을 보내야 할 때, 책을 읽든 차를 마시든 대체할 어떤 일을 마음 속이나 머릿속에 계획해 갈 수 있어야 모두가 다 감정의 소모가 덜하다.
내게 있어 이번 여행(5박6일)은 계속 걸어야 했기에 무리한 일정이었고(내가 설계한 일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ㅠㅠ )
'내 체력이 혼자나 또 가족말고는 더 이상은 다른 이들과의 여행이 힘들겠구나!' 를 온몸으로 확인하는 여행이었다.
함께 한 이들의 잘 갖추어진 인격으로 또 배려로 문제도 섭섭함도 없지만 체력은 이미 바닥이다.
익숙한 음식과 냄새와 이부자리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