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하림이 온 날

미소1004 2021. 9. 10. 23:03

목요일 밤 9시 그리운 하림이가 고속터미널에 도착했다. 갑작스레 휴가가 생겼다고 했다. 자기 전에 하림이와 이야기를 잠깐 나누었다.
금요일 아침. 나는 출근하고 하림이는 내가 챙겨 둔 아이스박스 챙겨들고 외삼촌과 농막일을 하러 나갔다.
일 마치고 농막에 갔다. 하림이가 지친 기색 가득한 얼굴로 일을 하고 있다. 모기가가 모기가 .
남편이 한 시간 쯤 뒤에 도착하고 연이어 수업 끝낸 빈이가 합류를 했다.
나는 저녁 식사 준비를 위해 먼저 내려오고 사내들은 석고보드 나머지 일을 하고 8시가 넘어 식사를 하러 집에 왔다.
9시. 동생은 사과 몇 알 챙겨들고 창녕으로 출발했다.
하림이는 7시까지 일 한다고 했을 때 장난인 줄 알았다고 했다. 동생은 우리에게 내일 할 일을 알려주고 떠났는데 하림이는 그 말도 농담인가 했다고...
여튼 내일도 일을 해야할 모양인데. 하림이왈
"내가 이럴려고 여기 온게 아닌데..."를 무한 반복했다.
아들에게 미안하다.

고등학교 시절. 겨울철이 되면 엄마는 전날 종일 들에서 캐어 씻어 둔 냉이를 이고 걸어서 밀양역으로 갔다. 대구 가는 완행을 타고 대구 번개시장이나 칠성시장에 냉이를 내다 팔기 위해서 새벽기차를 타야했기 때문에.
가끔 엄마 짐이 너무 무거운 날은 나도 책가방과 4킬로 쯤 되는 냉이를 머리에 이거나 지고 엄마와 이웃 아주머니들과 함께 한 시간 쯤 되는 새벽길을 걸었다. 엄마와 함께 여서 힘든 줄도 몰랐고 엄마를 도울 수 있어서 좋았다.
세월이 흘러 마흔이 훨씬 지났을 때 나는 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엄마는 새벽에 짐을 지워 걸린 그 일로 자꾸만 맘이 쓰이고 슬퍼진다고 했다.

훗날 .
나는 오늘을 어떻게 기억할까? 그리고 우리 아들들은 또 어떻게 추억할까?
함께여서 행복한 추억이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