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농사 일로 늘 바쁘셨던 부모님께서 낮에 계시는 날이 있었다. 비 내리는 날이다. 비가 오니 들일을 할 수 없으셨기에.
그런 날에는 학교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빨라졌다. 고된 들일로 잠이 부족했던 부모님은 주로 주무시거나 한가로이 지내셨다. 우리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반죽을 해서 빵도 찌고 감자도 찌고 수제비나 물국수를 먹었다. 겨울엔 두부와 김치소를 넣은 만두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지금도 비 오는 날에는 수제비나 물국수를 즐겨 먹는다.
삶은 국수 가닥이 익었는지 어떤지를 돋보기를 쓰고 보아야하는 나는 그 시절의 부모님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졌다.
그립다, 그 시절.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