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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사람은 누구나 보고 싶은 대로만 보고 듣고 싶은 대로만 듣는다.

by 미소1004 2015. 12. 17.

하빈이 학교에서 금요일 학예발표회를 하는 모양이다.

 

하빈이가 아침에

"엄마 공연 보러 오늘 올 수 있어요?" 하길래 수업 있어서 못간다 답했다.

점심 먹고 곰곰 생각해보니, 학교가 멀리 있는 것도 아닌데 걸어서 오분 거리에 아들 학교를 두고 못간다 한 것이 미안해서 가볼까 하고 홈페이지에서 시간을 알아보니 내일이 공연이다. 하빈이는 오늘인 줄 알고 등교를 했다.

 

집에 돌아온 빈이에게

"공연은 어땠어 ?" 하고 물으니 아무런 주저함도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내일이던데요."라고 답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선생님이 내일 아침 8시 50분까지 학생실내체육관으로 바로 오라고 했다고 한다.

내가 제일중학교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내용과 달라서 다시 확인해보라고 했다.

친구랑 통화한 빈이

"내일 학교로 8시 50분까지 오라고했데요."

그걸로 끝이다.

 

이 아이는 듣고 싶은 대로만 듣는다. 그리고 자신이 들었던 내용과 실제 내용이  달라져도 별 반응이 없다. 감정도 없다.

잘못들었나보네요. 하며 그걸로 끝이다.

 

저녁을 먹고 있는데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가 땅 등기문제로 밀양을 가시게 되었다고 한다.

내가 엄마 먹거리를 장 봐서 토요일에 밀양을 가겠다고 했다.

 

그 소식과 함께

일전에 올케에게 내가 전화를 해서 엄마가 크리스마스에 부산으로 내려가신다고 하더라는 이야기를 올케에게 말한 적이 있는데, 그 일을 가지고 올케가 옆 동에 같이 살고 있는 막내를 불러서 내가  자신들의 사생활을 침해 한 것처럼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걸 듣고 막내는 내가 아닌 언니에게 이야기를 하고.

허참 기가 막혀서.

왜 이런 일들이 연속해서 내게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언니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무슨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내가 전화를 해보겠다고 하고 끊었다.

잠시후 언니가 다시 전화를 했다.

내가 올케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언니에게 말했다.

내가 출장이 있거나 해서 언니 집 근처에 가게 되면 갑자기 언니 집에 가겠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언니가 그 당시 피곤해서 내가 안왔으면 할 수도 있는거라고 그때는 솔직하게 자신의 형편이  그렇다고 하고 안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는게 지나고 나서 그 때 너가 와서 힘들었다고 다른 사람한테 이야기 하는 것보다 관계 유지에는 더 도움이 되는 거라고.

그리고 나는 앞에서 이야기 다르고 뒤에서 이야기 다른 사람하고는 그 누구와도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특히 가족 사이에는 더더욱.

나는 빙빙 돌려서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사람은 딱 싫다고.

올케의 이야기를 들은 막내도 언니도 자신들의 감정에 따라 듣고 싶은 모양으로 듣기 때문에 그 이야기는 상당히 왜곡될 수 있다. 그 이야기를 내가 직접 들었다고 해도 나 또한 그럴 수 있다.

이런 감정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

 

따지고 보면 그런 일은 내가 나서서 알아보고 할 성질의 것이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엄마가 언니 집에 계시니 엄마가 아들 집으로 움직일 때는 내려가는 당사자인 엄마가 직접 전화를 걸어 알리거나 언니가 알아보아야 할 일이지 나의 일이 아니었다.

그 당시 내 마음이 어떠하였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앞으로 가족의 일이라 할 지라도  관여할 선을 그어야 하겠다.

 

부모와 자식도 한 부모에서 자란 형제고 자매였던 사이도 이제는 지켜야 할 선이 있고 다다갈 수 있는  경계가 상당히 멀어지고 있음을 알게 하는 사건들이다.

슬픈 밤이다. 마음이 계속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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