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세번째책
(소년을 읽다, 서현숙, 사계절)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주체가 될 때 즐겁다. 구경꾼 노릇은 언제나 재미없다. 무기력해지고 귀찮아진다. 아이도 어른도 마찬가지다. 내가 주인공이 되어 참여하고, 그게 몸이든 손이든 머리든 입이든 움직이면, 세상의 많은 일이 흥미진진 해진다. (31쪽)
시간에는 농도가 있다. 어떤 시간은 묽은 채로 주르르 흘러, 지나고 나면 아무 흔적이 없다. 어떤 시간은 기운이 깃들어 찐득하다. 짙고 끈끈하다. 그런 시간은 삶에 굵고 뜨거운 자국을, 원래의 모습과 달라진 흔적을 남긴다. 오늘을 통과한 아이들의 영혼에는 어떤 자국이, 어떤 흔적이 그려졌으려나. 아마 전과 다른 무늬가 아로새겨지지 않았을까. 내 마음에 들려왔다. 아이들의 마음이 조금씩 움직이는 소리.(36쪽)
의도를 지닌 이야기였다. 그렇게 짐작되었다. 소년의 마음에 '하고 싶은 일' 하나 만들어 주고 싶은 의도. 하고 싶은 일이 있는 사람은 자신을 무작정 방치하지 않는다. 그 일을 이루기 위해서 돈을 모으든 공부를 하든, 어떤 노력이건 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길 안의 삶'을 살게 된다.
그저 슬쩍 작은 하나 보여주고 "이거 하고 싶지 않니?" 라는 말을 가만히 건넨다. 그 일 하고 싶어서 조금이라도 자신을 돌보는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이 마음이 소년들에게 맑은 물로 스미고 있었다.
오늘 나는 따뜻한 아름다움을 보았다.(54쪽)
근철이가 느낀 고마움 너머, 거기에 미안함이 있다. 고마움에 미안함이 왜 찰떡처럼 들러붙어 있는지 말이다. 마음의 일이어서 그렇다. 사람이라는 존재가 마음으로 꽉 채워져 있어서 그렇다. 바다는 푸른 물결이 가득 차서 끊임없이 넘실거린다. 사람 안에는 마음이 가득하다. 마음은 단단하지 못한 채로 항시 흔들린다. 미안함, 고마움, 그리움으로 꽉 차서 넘실거린다.(77쪽)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는, 같이 웃을 때 한 뼘 좁혀진다. 같이 열 받을 때 또 한 뼘 좁혀지고, 같이 안타까워할 때 곁으로 바싹 다가온다.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우리는 거리가 좁혀질 일이 많이 없다. 그래서 소설 한 편, 그림책 한 권 보면서 함께 웃고 속상한 순간이 찾아오면 기쁘다. 그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부럽지 않다. 그냥 이 시간과 공간의 빈틈이 메워진다.(149쪽)
-아이를 생각하며 대하는 사람의 글을 읽었습니다. 게다가 문장이나 어휘가 잘 빗겨진 단발머리 같은 느낌입니다.
감정을 담담하게 꾸밈없이 그러나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게 풀어쓰는 재주를 가지신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함께 국어 수업을 받고 울고 웃은 듯 행복했습니다.
아름다운 마음을 나눠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직업이 직업이라 자연히 내게 맡겨진 아이들이 생각났습니다. 아이들을 향한 나의 마음은 어떠했나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의 인생길에 하나님께서 지키시고 인도하시길 기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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