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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지혜로움

by 미소1004 2017. 11. 4.

​아침에 병원 다녀와서 병가를 내는 일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일주일간의
나의 몸 상태로는 수업은 불가능함를 알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빠르게 나아질거라는 기대를 가졌었다. 하지만 6-8주 지나야 통증이 없어질거라는 말을 오늘 듣고나니 이 상태로는 안되겠다 싶다.
간절한
기도를 드렸다. 지혜를 달라고.
교감샘께 전화드렸으나 연락이 안되서
문자를
보냈다.
‘교감선생님, 전화연결이 안되서 문자를 드립니다. 쉬는 날 달갑지 않은 일로 문자를 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한 주 내내 조퇴하여 허리치료를 받아왔는데 통증이 더 심해져서 출근해서 수업하는 것이 힘들어져 부득이 한 달 이상의 병가를 신청하고자합니다. 먼저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아서 문자드립니다.’
시간뒤 교감샘께서 전화를 주셨다. 교감샘의 어려운 형편에 대해 이야기하셨다. ‘누가 병가를 신청했고 누가 병가를 2주간 신청했고 ...’.아픈 이에게 이 말이 들릴거라고 기대한 것일까? 흠. 병가 신청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말씀이 없다.
마음이 한 없이 슬퍼지고 눈물이 났다.
아픈 사람이 병가 신청하며 구걸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내가
있는 일이란게 아무것도 없다. 그저 들어주는 말고는.

지혜로움에 대해 생각해본다.
이런 상황에 나라면...
어떤 대화를 나누어야 할까?
명확한 사실 앞에서 내가 해야할 일을 빠르게 설계하고 (누구는 어떻고 또 누구는 어떠해서 뭘 신청했다는 사실의 나열은 듣는 이를 불편하게 할 뿐이다.)아픈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진실된 위로’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아프길 원하는 사람이 어디있겠나?
두 분의 부장님께 연락을 드리고
마지막으로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교장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다.
월요일 일단 출근을 하라고 하신다.
‘강사를 구하게 되면 병가 바로 들어가라 하겠지만 강사를 못 구해서 강사구할 때 까지는 출근을 해야한다고 이도저도 안되면 전담을 담임으로 바꿀거라고 그러면 다른 샘들한테 피해는 가겠지만..., 누구 누구는 사실 병가 신청했지만 학교 출근해도 되는데... ’라고.
아프다고 말한 내가 왜 이런 말을 들어야하는 걸까?
왜 이런 말을 내게 하시는 걸까?

몸이 아프니 여러 가지가 서럽다. 아파서 서럽고 이런 구차한 구걸 같은 말들을 해야하고 또 들어야 하는 것이 서럽다.

아이들 때문에 지난 한 주 내내 아픈 몸을 진통제 먹어가며 근근히 버틴 모습을 그들은 모른다. 교감샘은 알고 계실텐데 알아도 외면하신다. 병가를 신청하는 나 자신이 얼마나 비참한 지를 그들은 모른다. 일년 공들여 길러낸 아이들 옆에서 마무리도 멋지게 해 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그들은 모른다. 아픈 몸에 병가까지 내면 병이 더 오래 낫지않을까봐 걱정하는 불안함을 그들은 모른다.
교사를 업무상 처리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이 길을 걸었던 동지로 봐 줄 순 없는걸까? 아픈 사람에게 처리해야할 일을 만든 골치 아픈 사람이 아닌, 남들도 다 하는 걱정의 말 한마디 먼저 해줄 순 없는걸까?


상한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하나님께 매달려 볼 참이다. 내 몸을 빨리 낫게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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