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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하빈

치킨

by 미소1004 2017. 2. 9.

저녁밥 해 놓고 나니 학원에 가 있는 하빈이에게서 문자가 왔다.
"엄마, 저녁밥으로 치킨 먹어도 되요?"
빈이 올 시간에 맞춰 양념, 후라이드, 간장 이렇게 세가지 맛으로 한 마리 반을 주문했다.
몸무게가 많이 줄어버린 후 하빈이는 버거도 치킨도 잘 먹지않는다. 오랜만에 치킨 주문이다. 많이 먹을 듯 덤비더니 결국 서너조각 먹고 배부르다며 뚜껑을 덮어버린다.

하림이가 밤에 일을 나가고 빈이가 학원을 두 개 다니면서부터 가족끼리 한 상에 둘러앉아 밥 먹는건 어려워졌고, 날을 잡아 다 같이 외식하는 것도 힘들어졌다.
원래도 외식은 자주 하는 편이 아니긴 했지만, 그래도 월급 때는 돈 받은 기분 낸다고 뭘 먹어도 한 번 씩은 외식을 했는데. 그리고 이 날을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겨주고 싶어서 또, 우리 집만의 가족 행사일로 만들어 주고 싶었는데...
모든 것이 순식간에 무너져버렸다.
가족이 함께 밥 먹는 것이 무너졌고 모여 대화 나누는 것이 무너졌다.
빈이가 혼자 치킨을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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