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있다.
대학원에서 만나 오랫동안 끈끈한 우정을 과시해 온 친구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둘째 아이끼리 나이도 같아서 유럽여행도 함께 했었다. 직업이 다르지만 친구 문제, 직장 문제, 남편 문제, 아이들 문제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편한 친구라고 생각했었다. 그 친구와 어떤 일로 사이가 틀어졌다.
5월 말에 ZOOM으로 실시간 온라인 수업 중에 그 친구로 부터 전화가 왔었다. 그 친구도 강의를 하는 직업이라 온라인 수업에 대한 여러가지 사항들을 묻는 중에 내가 무시하는 듯한 말실수를 한 것 같다. (사실 오래 전이라 정확히 기억도 나지 않지만 내가 기억하는 그날의 내 정서와 마음이 그렇다.) 하지만 바로 그날 퇴근 후 집 앞 까페에서 만났었고 이것저것 줌이나 밴드에 대해 설명도 하고 평소처럼 이야기를 하고 헤어졌는데...
그 이후부터 친구는 날 만나고 싶어하지 않아 보인다. 평소에 나를 만날 때도 스스럼 없이 다른 사람들과 전화를 주고 받았는데 내가 전화를 하면 누구와 식사 중이니 나중에 전화를 하겠다 하고는 전화하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관계 차단인 것이다. 그런 일이 여러 번. 그 와중에 나도 이런 저런 일로 바쁘고 전화를 하지않게 되었고. 그런 줄 알면서도 어제 저녁 다시 전화를 했더니 같은 반응이다. 나중에 할게 하고는 역시 전화를 하지 않았다.
내 마음이 불편한 이유는 이런 소원함이 나로 부터 시작되었다는 것과 친구가 마음을 상하였지만 어떤 말도 하지 않는다는 것. 무엇보다 친구 만나기 어려운 시대에 맘 편한 친구라 생각하였는데 인생의 어떤 한 부분을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상실감.
마음이 편하지 않다.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원하지 않는 상대를 향해 친구하자 할 수는 없기에...
보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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