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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흙 가까이

by 미소1004 2008. 12. 18.

출근하여 신발장에 신발을 벗어놓고 교무실 문을 여는 그 순간부터 정신 없는 하루 일과가 시작됩니다.
아이를 가르치는 교사가 아니라 행정실 직원처럼 서류를 정리하고 복사하고 챙기고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결재 누락된 것 수정할 것 챙기느라 오전은 눈코뜰새 없이 바빴습니다.
언젠가  모임에서
"짬을 내서 아이를 가르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다소간 그런 느낌이 없는 건 아니지만 하여간 가르치는 일에 집중하지 않는 건 사실입니다.

방학은 서류처리와 함께 옵니다.
눈알 핑핑 돌아갈 만큼 바쁘고 나면 방학은 오긴옵니다.
점심시간은 무조건 쉬려고 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무조건 접어둡니다. 살기 위해서 숨쉬기 위해서.
오후 수업 마치고 원어민 교사의 도우미 역할도 접고 뒤뜰 잔디 심는 곳에서 삽질하며 한시간을 보냈습니다. 머리아플 때는 생각하는 일 멈추고 단순한 일을 합니다. 아무 생각없이 그렇게 일하며 쉽니다. 신나게 이야기하는 주사님 옆에서 이야기 듣고 맞장구치고 그러면서 삽질하고 나니 너무 열중한 탓인지 머리 아픈건 가셨는데 토할 것 같기도 하고 어질어질하기도 합니다.   
흙 가까이 있으니 편합니다.
내 몸이 이것으로 만들어지고 결국은 이것으로 돌아갈 것이기에 그런지  알 수는 없지만 흙 가까이 있으면 언제나 편안합니다.

지금 이곳엔 파아란 하늘과 따스한 햇살과 부드러운 흙과 또 내 좋은 사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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