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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땀흘림(수업연구교사)

by 미소1004 2011. 6. 20.

나는 대한민국의
교사다.
대한민국의 초등학교 교사다.
세상은 이 직업을 두고 여자 직업 우선순의 1위, 철밥통 ...
다양한 형태의 부러움과 시샘이 조화를 이룬 묘한 표현들을 쓴다. 
그런 이 직업에 올해로 나는 18년째 몸을 담그고 있다.
18년의 경력을 가진 셈이다.
이 직업세계에선 이런 경력이 존중 받지 못한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에게 이유를 들라면 눈알이 핑핑 돌만큼 급하게 변하는 교단 현실과 교사의 안일함이 한몫을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꿈틀하자 나는 올해 새로운 도전을 했다. 뭔가 변하고 싶다는 그 생각으로... 
그리고 최근 들어 내 주위에는 자신,또는 주어진 일에 도전의식을 가진 사람이라든가 성실한 사람은 없고 안일함이나 세상의 오락거리에 빠져있거나 남을 판단하는 일에는 상당한 시각과 수준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어 그들 중에 나도 그렇게 함께 흘러가고 있었다.
어느 순간 그런 말들이 공허한 메아리로 들렸고
그사람들이 식상해졌다. 
 
'수업연구교사' 
단순한 생각으로 결정된 도전이 공개수업일이 결정되고 단원과 자료가 정해지고...재미있다고 생각될만큼 신나는 준비를 했다. 그리고 공개일 이삼일부터는 가슴 두근거림이 멈추질 않았고 멀미 증상 같은 것에 시달리기도 했다. 
아마도 남 앞에 서서 평가 받는 수업을 하는 것이 너무도 오래된 일이라 그러하였으리라...

애초에 이렇게 마음 먹었다.
누구나 조금만의 자료 준비를 한다면 할 수 있는 수업,
하지만 교사 자신은 많은 연구를 해야만 하는 그런 수업,
무엇보다 아이들의 머리에 그날의 목표가 분명하게 남을 수 있는 그런 수업
한차시의 수업으로 끝나는 수업설계가 아니라 매단원의 그 차시에는 언제나 적용할 수 있는 보편화할 가치가 있는 수업 설계.
그것이 나의 목표였고 별무리 없이 (실수는 많았지만) 수업은 진행되었고 마무리 되었다.
남의 눈에 어떻게 보였든 나는 대만족이다. 실수도 많았고 완벽한 수업도 아니었지만 나 자신은 만족한다.
수업을 잘해서가 아니라 나의 안일함의 틀을 한꺼풀 벗을 수 있었으니...
나태와 게으름에 묻혀 뒹굴던 내가 적어도 일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으니...
그것으로 됐다.
준비중에 동학년 교사의 손을 잠깐 빌렸고
학습안내는 다른 학교선생님이 사용한 것을 재활용하였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또 우리 서른명의 아이들의 기대속에 또 사랑속에 수업은 시작되고 또 마무리 되었다.
이제 나는  한고비를 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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