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1일 금요일 울란바타르 날씨 -17/-7.
자고 일어나니 간밤에 울란에는 싸락눈이 내렸다.
아침 9시가 넘었는데 해가 나지 않는다. 추울건가 보다.
버스 유리창을 흰색 시트지로 선팅을 한 것처럼 버스 안에도 성에가 잔뜩 끼어 밖이 보이지 않는다. 어디서 내려야 할지 아직 감을 잡지 못하는 나는 카드를 꺼내 유리창의 성에를 벅벅 긁었다.
눈 때문에 쓰레기가 몽땅 가려져서 그런지 우리 학교 주변이 이쁘게 보인다.
학교를 들어서니 커다란 안내판이 붙었다. 외국인 교사들이 주관하는 교사 노래자랑 같은건데, 며칠 전에 나도 이 때 노래를 한 곡 하라고 해서 사양을 했다.
잘 들여다 보면 학교 안에서 정말 다양한 행사를 한다.
행사를 좋아하고, 파티를 좋아하고, 모이기를 좋아하고, 길게 길게 이야기 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10학년 아이들이 한국의 박물관이 보고 싶다고 해서 내가 살고 있는 '국립진주박물관' 과 '철도박물관', '김치박물관'을 영상으로 소개했다. 그리고 기록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각자 한사람 한사람이 이 나라의 미래이고 희망임을 들려주었다.
한국어 수업은
있다/없다, 입다/벗다. 어휘로 문장을 만들어 연습을 했다.
몽골 아이들은 '있다'와 '입다' 소리를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하고 두 소리를 구분을 잘 하지 못해서 여러번 자세하게 들려주고 발음을 교정했다.
어제 참관했던 영어수업과 관련한 협의회가 있다고 해서 외국인 교사실 에 갔더니 한 시간을 기다려도 회의를 진행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시간은 벌써 1시 30분을 넘어가고.
수업하신 두 분의 영어선생님께 한국의 영어수업에 대해 말씀 드리고 내가 하고 있는 한국어 수업 방법에 대해서도 말씀을 드렸다.
수업 참관은 열악한 교육환경 속에서도 좋은 수업을 하고자 하는 선생님의 진심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결국 수업협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보지 못하고 통역과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
몽골사람들은 시간 개념이 너무 너무 없다. 이런 것들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곳에서 나를 가장 열받게 하는 부분이다.)
학교일도 미리 계획되거나 시간이 미리 정해진 적이 없다. 언제나 그날 그날 이루어지고 그때 그때 이루어진다. 그런대도 일이 진행이 되고 멋지게 치루어지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나는 비로시키 1개(600투그릭=336원), 통역은 만퉁보쯔 2개(1개 600투그릭)와 닭고기가 든 셀러드(1500투그릭=840원)와 수태차 1잔을 마셨다.
통역은 나에게 비로시키 1개로 식사가 되느냐고 묻는다. 양이 많은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적은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다른걸 시켜서 그럭저럭 먹을 수 있는 것이 없으니 매일 호쇼르 1개 아니면 비로시키 1개일 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가게에서는 염소고기를 사용해서 냄새가 나지않기 때문에 이것을 먹을 수 있다. (염소고기는 양고기보다 싸다고 한다. 그래서 식당 같은 곳에서는 염소고기를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한국에선 염소고기 엄청 비싼데.)
염소고기가 소복하게 들어있는 만퉁보쯔(한국의 찐고기만두와 비슷).기름기가 정말 많다. 기름이 줄줄 흐른다.
식사를 하고 14b버스를 타고 항올구까지 가서, 8번(11번을 타도 됨)버스로 갈아타고 VIVA CITY로 갔다.
5층 짜리 아파트가 쭉 연결된 아파트 이름이 비바시티인데, 이 마을의 이름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새로 생긴 아파트단지이고(아직 공사가 계속되고 있어 아파트 들어가는 입구가 공사장이라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공항 가는 길에 있으며 공기가 좋아 어린 아이가 있는 젊은 부부가 많이 산다고 한다.
꽤 추운날인대도 아이를 꽁꽁 싸매고 나온 부모님들이 이야기를 나눈다고 햇빛 비치는 가게 앞에 무리를 지어 있었다.
분위기 좋은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 하고 싶었는데, 통역이 유치원에서 아들,딸을 데리고 와야해서 서둘러 시내로 나와야했다.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다가오니 선물도 준비를 해야하는데, 마땅하게 생각해 둔 것이 없다.
히말라야 안티링클크림이 여기선(17000투그릭=9520원)인데 한국에선 2만 7천원~3만원 가까이 하니 이걸 사갈까 싶다. 가격알아보느라고 소망플라자 1층과 지하 GOOD PRICE에서 가격을 비교해 보았다. 200~300원 정도 차이가 난다.
물국수가 먹고 싶어서 한국 국수면를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일본면(2600투그릭 엄청 비싼 국수다)을 샀다. 사용설명서도 일본어만 있다.
아침에 만든 멸치 육수로 일본면을 삶아 넣고 몽골 마늘과 몽골 달걀을 넣고 한국 김가루와 통깨를 뿌려 간단하게 다문화 국수 완성!
내가 한국어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 10b반 담임선생님께서 동생집이 시골이라고 내일 오전에 시골로 데려가 주신다 하셨는데(너무도 고마운 선생님) 오늘 추운데 돌아다녀서 인지 열이 난다.
(우리 교실에 가끔씩 들러주시는 10b반 담임선생님-왼쪽과, 아디야 중국어선생님-오른쪽)
오늘은 통역에게 비자 발급에 대해 묻기 위해 들렀다고 한다.
50만투그릭(=280000원) 전후에 있는 교사의 월급으로는 생계가 어려워 비자만 나오면 한국의 공장으로 돈을 벌러 갈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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