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눈앞에 물들어 가는 남산의 단풍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서.
어제 내린 비로 말끔히 세수한 늦가을도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내일 미술시간 아이들에게 보여줄 사진자료 준비를 핑계로 문산읍내 골목길을 아주 잠깐 돌아보았습니다.
문산에 대한 기억은 공사의 소음과 인도도 없이 무질서하게 파헤쳐진 도로, 회색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 건물, 그리고 좁은 길...
정들지 않을 것 같은 그런 곳이었습니다.
가을이 오자
문득 이곳이 궁금해졌습니다.
골목 골목 발품 팔아 다녔더니 아직 옛날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도 있고 세련된 외모로 단장한 건물도 있고, 불을 지피는 아궁이가 있는 집도 있고 , 돌담도 있고, 옛날 내가 어릴적 보았던 나무대문도 있고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장독대마다 마당마다 피어있는 꽃들입니다. 오래 되었건, 새 것이건, 마당이 넓거나 좁거나 없거나에 상관치 않고, 깨진 장독에도 낡은 대야에도, 들통에도...흙을 담고 꽃을 심을 수 있는 곳에는 어느 것, 어느 곳이든 꽃이 심겨 있습니다.
그 꽃들.
살림 곰살맞게 하는 안주인들의 마음을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이곳 아이들 성품이 유순한가 싶습니다.
문산 성당은 공사중이라 입구만 찍었고, 문산 원불교 입구, 그리고 유명한 문산아구찜 집도 담았습니다. 거북탕 앞에는 신기하게 생긴 가로등이 세개나 있습니다. 이런 모양의 가로등이 여 기 있으니 좀 우스웠습니다. 좁은 골목길에 그것도 목욕탕 앞에 서 있는 예술적 감각의 가로등이라?
한낮 기온이 꽤나 높아서 잠시 걸었는데도 등에 땀이 베였습니다.
기분 좋은 오후를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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