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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운동회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5. 2.
운동회는 햇볕이 쨍쨍한 날에 해야 제맛이 납니다. 하늘에 드리운 만국기를 보며 아직도 가슴이 뛰는게 우스워 혼자 웃습니다.
아침 아홉시 반에 시작한 운동회는 정오에 마쳤습니다. 초등 44명, 유치원 9명. 인원수가 적어 경기를 하러 간 아동석에는 빈의자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얼마전 운동회 연습에 대한 후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이 많이 다름을 알았습니다.
나는 아직도 만국기 펄럭이고 연습도 조금은 해보는 이런 운동회가 괜히 정겹습니다. 교사도 아이들도 힘이 들고 교육적이지도 않겠지만 아이들은 즐거워도, 또 힘들어도 추억으로 간직하는 놀라운 힘을 지녔으니 내가 그 옛날의 이 날을 그렇게 기억하듯 우리 아이들도 좋은 추억으로 기억해 주리라 기대합니다.  
시내학교에서 7년을 근무하며 이벤트 업체를 불러서 하기도 하고, 교육과정 대로 연습 한 번 하지 않고 체육시간처럼 하기도 하고, 또 어느 해는 아이들 좋아라 하는 게임만으로 구성해서 하기도 했지만 나는 힘이 들어도 이런 구식 운동회가 좋습니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구식이긴 합니다. 후배들 들으면 웃긴다하며 비웃을 수도 있겠지만 마음이 그렇습니다.

내 아들 하빈이는 달리기를 못해 급기야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그 아이의 오늘의 울음도 좋은 추억으로 아들 가슴에 내 가슴에 자리잡았습니다. 달리기에 소질 없는 아이들을 배려해 만들어 놓은 장애물 경기는 선배들의 오랜 지혜의 산물입니다.
너무 피곤한 탓인지 생각을 하고 있는데도  눈이 감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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