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일찍 뜨는 홋카이도는 새벽 5시라도 밖이 환하다.(내가 새벽기도 가는 시간 4:50 이 때 한국은 약간 어둑어둑한데.)
캠핑장에 단체로 야영 온 아이들의 이야기소리, 발소리에 잠이 깼다.
서둘러 아침을 만든다. 특별히 할 일이 없기 때문에 한가지 일에 매우 집중해서 충실하게 된다. 남편이 캠핑용 압력밥솥 들고 온 덕분에 아침밥을 집밥보다 맛있게 먹는다. 특히, 즉석 미역국 ,북어국 강추다. 가격도 저렴한데 맛도 나쁘지 않다. 익숙한 식당 국물맛~
일본은 어딜가나 오토바이캠퍼, 자전거캠퍼가 많다. 이곳에도 밤에 자전거캠퍼들이 왔나보다. 자전거에 이 장비들을 모두 싣고 이 산길을 달려 온게 신기하기만 하다.
아침을 먹고 짐을 싸서 다시 길을 나선다.
500미터 리어카 운전은 하빈이가~
하빈이는 이번 여행으로 손이 제법 빨라지고 일에 요령도 생겼다.
드디어 대망의 오르골당 입성.
하빈이의 일본 여행 목적인 오르골 구입하러 오르골당에 들어섰다.
하빈이는 오르골을 두 개 구입했다. 하나는 선물용이라 했다.
오늘은 일정 중에 하빈이가 가장 만족스러워했던 일정이다. 홋가이도 옥수수는 생으로도 먹나 보다. 그 맛이 과일 과육을 씹는 듯한 식감이 신기하다.
그리고 긴 운전 3시간. (남편이 운전하느라 수고가 정말 많았다. 국제운전면허는 나도 있는데 핸들을 잡아 본 적이 없다. 내가 운전한다고 생각만 해도 남편이 피가 마른다며...)
달리고 또 달려 (가는 길도 무척 매혹적이었다) 아름다운 비에이에 도착.
제일 먼저 돈까스로 유명한 쥰페이에서 1시간 이상을 기다려 밥을 먹었다. (비에이에는 식당도 눈에 띄지 않았지만 하여간 맛집 이런데 가면 안된다. 1-2시간 waiting 기본. 사람은 버글버글.) 이미 돈까스는 떨어졌고 새우튀김덮밥을 먹었다. 참. 할말은 많지만 줄인다.
그리고.
책에 나오는 그림 같은 언덕들과 또 언덕들과 또 나무들과 또 나무들을 연이어서 보고 또 보고 ~~~, 사방이 어딜가나 시선 가는 곳 모두가 아름다운 영화에 나오는 배경 같기도 하고. 우리나라에 없는 넓고 펑퍼짐하고 그러면서 예쁜~ 날씨조차 찬란한 그런 광경의 연속~ 비에이 아름답다. 정말~
가미후라노에 있는 일출공원 캠핑장엔 거의 오후 6시에 도착.
가미후라노 일출공원캠핑장은 그 경관이 너무도 아름답다. 규모도 엄청나고. 방갈로, 오토캠핑, 캠핑카, 프리사이트 구분이 되어있는데 우리는 당연히 프리사이트. 프리사이트엔 사람도 별로 없다. 가격도 착하다. 1박 1인 5000원. 주차비도 없고 쓰레기값도 없고, 텐트나 타프 설치 추가비용도 없다. 홋카이도 캠핑장의 당연 독보적 1위다. 산등성이의 한 쪽 면은 캠핑장, 다른 쪽 면은 꽃이 만발한 공원이다.
일본은 캠핑장 사용료를 인원수로 계산한다.
이곳 캠핑장은 동전 샤워장(100엔), 동전 세탁기(100엔), 건조기(100엔). 등이 있고 세제도 판매한다.
정말 정말 정~~~말 아름다운 캠핑장이다.
텐트 치고 남편 체력이 거의 바닥이라 온천은 접고 코인(100엔으로 10분)샤워하고 장을 봐서 밥을 해 먹기로 했다. 다들 후지마트를 가라고 하는데 어디 있는지 알아야가지...ㅠㅠ 차 끌고 나온지 삼사분도 안되서 옆에 후지마트가 딱. 할렐루야~~
일본슈퍼 Fuji 마트는 사랑입니다.
최상급 소고기를 저녁시간이라 20퍼센트 세일.
소고기 엄청 구입하고 과일 샐러드와 음료 구입.
밥 먹는데 야생여우가 식탁 가까이 오기도 하고. 남편 발가락을 스치고 지나갔다고 하는데...신기한 경험이다.
그렇게 만족 또 만족하며 쉬고 있었는데...
어디서 청년 하나가 나타나 화를 내고 같다. 일본어와 영어를 섞어서 말하면서 시끄럽다고. 큰소리를 내며 말한 것도 아니고 우린 그저 이야기를 하며 웃고 있었는데. 얼굴 인상을 험하게 해서 다짜고짜 와가지고선 소리를 질렀다. 나는 빨리 사과를 하고. (아마 이 사람은 한국인을 싫어하는 듯했다.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며 이렇게 화를 내는 일본인을 본 적이 없다. 일말의 설명도 없이 화부터...)
밤 9시가 아직 못 된 시간.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우리 가족 밖에 없었나 보다. 다들 침묵 수행 중인 것처럼 말을 안한다. 심지어 고기를 구워 먹고 있는 한무리의 가족들 조차도 숨만 쉬면서 고기를 먹고 있는 거다. 놀라운 경험이다. 친절했던 이 나라가 금새 갑갑하고 싫어졌다. 숨이 막혔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이른 아침에도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저 입 꾹 다물고 각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을 뿐. 그런데 아주 가까이 가보면 뭔가 이야기를 하고 있긴 하다.
여긴 솔캠이 정말 많다. 우리나라 캠핑도 몇 년 지나면 이렇게 되겠지.
날이 흐리다. 아침 기온은 20도 이하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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