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방광염으로 고생하고 있는 나를 위해 남편이 몸에 좋을까 싶어 사왔다고 아침에 내놓습니다. 갑상선 약 먹으며 연거푸 두 잔을 마셨습니다.
식구들 아침 챙겨 먹이고, 나는 중앙시장 새벽시장에 다녀왔습니다. 장바구니에 사서 담게 되는 것은 별로 없지만 시장에 있으면 좋습니다. 하빈이가 콩물 사오랬는데 늦게 가서 그런지 다 팔려서 가래떡과 시장표 구운 과자 몇 개를 사고 , 쑥갓, 두부, 호박, 머위, 하림이를 위한 양념 꽃게장을 사가지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새벽시장가면 늘 꼭 먹는 1500원 짜리 비빔밥도 한그릇 먹었습니다. 국민은행 입구 계단에 앉아 먹었는데 이런 내 모습이 내 마음에 들고 좋습니다. 밥값 보다 더 많은 돈을 몸이 불편한 어떤 사람의 모금통에 넣었습니다. 이 모습도 나는 좋습니다.
시장에서 가끔 몸이 부족한 사람의 모습을 볼 때마다 "하나님이 사람을 왜 저런 불편한 모습으로 만드셨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성경이 말하는 답이 있긴 하지만 난 그 답을 받아 들일 만한 믿음이 없습니다.
신호만 잘 받으면 집까지 10분이면 족합니다.
예전에 우리들은 엄마가 시장 다녀오시면 뭘 사왔나 궁금해서 엄마한테 딱 붙어서 떨어질 줄 몰랐는데...
지금의 내 아이들은 먹는 것 만큼은 분명 풍요함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에,
"다녀오셨습니까." 하는 인사가 끝이고, 내 장바구니엔 도통 관심이 없습니다.
출근하지 않는 토요일 풍요롭게 또 한가롭게 그리고 아름답게 보내고 있습니다.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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