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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교육행정, 종이 한장 무게 만큼의 행정력

by 미소1004 2009. 10. 29.
  학교의 교육과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교육과 관련된 모든 기관과 관계자들은 노력합니다. 이것이 지켜질 때, 정상적이고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교육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일선의 교육관계자들은 '교육과정 정상화'를 교육활동의 기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교육 정상화'를 꾀하고 싶지만  공교육 속의 교육은 출발부터가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단위학교가 학기초 '학교교육계획'을 수립하여 학교 단위의 교육 계획을 운영하게 되어있지만 공교육의 시스템 속에서는 상부기관의 여러 행사에 아이들을 동원(?) 시켜줘야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동원(?)이라는 이름의 수준이  짧게는 몇시간일 경우도 있지만, 길게는 1~2주 에서 한달 두달의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훈련을 통한 수준을 요하는 동원령일 때도 있습니다. 거기에 단위 학교간의 평가 점수가 나오는 동원령일 때는 사태가 심각해 집니다. '심각한 사태'란 교육과정 정상화와는 '바이바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골학교의 경우는 상부기관의 동원령 뿐 아니라 지방 자치단체나 기관에서 협조를 구하는 사례도 다수여서 시골학교는 그 나름의 애로가 있습니다. 
  물론, 이런 행사들의 대부분이 해마다 진행되어 오기에 학교교육과정에 들어있는 것이 대부분이기도 하지만 문제는 눈에 보이는 행사는 하루이지만 준비 기간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동참하는 아이들뿐 아니라 지도하는 교사도 담임을 맡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 이기에 수업의 결손은 불보듯 뻔합니다. 
  이럴때 상부기관은 교육에 대한 책임을 다 하고 있는 듯 어김없이 이런 내용의 공문을 보냅니다.            
"OO대회를 앞두고 교육과정의 파행적 운영 엄금"
그들도 일선 학교들이 대회나 행사를 어떻게 준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면서 책임은 피해가겠다는 종이 한장의 교육행정력. 
공문 종이 한장의 무게 만큼의 행정력을 가진 상부기관입니다. 
이런 교육행정의 한계와 현실 속에서 공교육 교사인 나 또한 뾰족한 묘안이 없고 오로지 교사 양심에 의지한 판단과 진행만이 파행운행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이 고작입니다.

 수업 끝나고 나니 예선경기에서 탈락한 남자배구부 아이들이 기가 죽어 돌아왔습니다. 여름 방학때도 2주간을 더운 체육관에서 연습했고, 아침 활동시간,  점심시간, 그리고 2주전부터는 오후시간에도 연습을 했던 아이들. 
 이 아이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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