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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나쁜 아내 불쌍한 남편

by 미소1004 2009. 5. 13.

이사할 집에 퇴근하는 길에 한 번, 9시가 넘은 시각에 아이들 데리고 또 한 번. 11시가 넘어서 부산에서 달려온 남편은 집의 이모저모를 살펴보고와서 나에게 하빈이방 벽지 무늬가 거꾸로 도배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하림이 방도 수직이 맞지 않다고 한다. 
인터넷 신한 벽지에서 내가 고른 구름무늬 벽지라서 그 무늬를 찾아  출력해 보았다. 사실 나는 거꾸로인지를 잘 모르겠다. 보이는 대로 말했더니 남편이 내게 짜증을 내며 그렇게 감각이 없냐고 말한다. 나는 고개들어 남편을 보지도 않았고 왜 그렇게 말하냐고 따지지도 않았다. 나쁜 아내라서... 불쌍한 남편이라서...

집을 구매한 후 공사를 시작하면서 부터 남편은 내게 짜증스런 말과 거친 말을 한다. 난 울컥 눈물이 날 때도 있지만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남들은 넓은 아파트로 이사하면 좋겠다고 하지만 난 그런 이유로 기쁜 적이 없었다. 거의 완성된 집을 보아도 좋아서 웃음이 나온다거나 하는 일도 없다. 

오래전,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으로 이사하던 날의 그 설레임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거실에 있던 거라곤 달랑 텔레비젼 한대,작은 냉장고,안방의 한벽의 반도 채우지 못했던 장롱, 그리고 하림이를 위해 엄마가 사 주신 침대. 그게 다였습니다. 장판과 도배만 하고 들어왔어도 그땐 설레임으로 잠이 오지 않아 새벽까지 걸레로 바닥을 닦고 또 닦고 했습니다.       

지금은,
거실엔 월플렉스와 폼나는 텔레비젼, 소파, 에어컨이 있고, 안방엔 붙박이장이 들어서고 아이들 방엔 새 침대와 새  책상, 부엌엔 비싼 씽크대로 아일랜드 식탁까지 그리고 구석 구석 쓸모를 생각하며 장을 넣고 바닥은 강마루를 깔아 옛날에 비하면 훨씬 멋진 집인데 더 좋아야 할 그 마음은 더이상 없습니다.

남편이 더 좋은 집으로 꾸미기 위해 이리저리 궁리를 하는 동안에도 나는 마음이 시들합니다.      
더 좋은 곳이라...
마음에 이런 것으로 인한 기쁨을 잊은지 오래.

하나님, 새 집을 주셨는데 사실 저는 감사가 잘 되지 않습니다. 마음에 감동함도 없습니다.
마음에 기쁨을 회복하기 원합니다. 마음에 설레임과 감사를 회복하기 원합니다. 그리하여 좋은 것을 보고 웃을  수 있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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