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교회에서 점심을 먹던 남편 왈 "얼마 만에 먹는 밥이지?" 라는 말에 순간 뜨끔.
얼마 만에 먹는 건지 곰곰히 생각해 보니 기억이 잘 나지 않는겁니다. 얼마 전부터 아픈 하림이에게 온통 정신을 집중하다보니 남편이 밥을 먹고 있는지를 살펴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럼 하빈이는 밥을 먹었나? 그것도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요즈음은 어떤 일에 마음을 쓰면 그 일 밖에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 일 외의 일은 까막득히 잊어버리곤 합니다. 자주 수첩에 적어 놓고 기억하려 애쓰지만 이런 일상적인 일까지 적어 놓을 순 없으니...
오늘은 남편이 새로 발령 받은 학교로 부임하는 날입니다. 어제 일도 있고 해서 따뜻한 밥 해 먹이려다 보니 새벽에 몇 번이나 잠이 깨고, 다시 잠들 쯤에 하빈이까지 열이 나고 아파 약 먹여 재우고 그대로 아침을 맞았습니다.
남편의 부임에 대해, 세상이 원하는 좋은 발령지로 발령 내 주신 선한 손길에 대한 묵상을 잠시 하였습니다. 지금 남편이 근무하는 학교는 남자 교사가 두명 뿐입니다. 모임에 나가면 선생님들이 남편을 왜 거기 두냐는 소리를 많이 하셨습니다. 남자 교사가 선호하지 않는 이 학교로 남편이 옮긴 이유는 오직 아이들 때문입니다. 일년에 한두 달은 병원에 입원하는 하림이와 또 자주 병치레를 하는 하빈이를 가까이서 돌보기 위함이었습니다.
학교 직원 환경이 그런지라 힘도 들었겠지만 남편은 교장 선생님 이야기를 자주 하였습니다. 존경스러운 분이라고. 어떤 연수회 강사를 할 때는 교장 선생님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였습니다. 그 교장 선생님은 올 2월로 퇴임을 하신다고 합니다. 사람의 감정은 통하는 법이라 남편의 이런 마음을 교장 선생님도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남편은 그렇게 지헤롭고 사람을 아낄 줄 아는 관리자를 다시 만나겠느냐는 말을 합니다. 다시 또 다시 그 분 보다 더 나은 관리자를 교직 생활 가운데 자주 또 많이 만나기를 기도합니다.
세상이 비웃고 미련해 보이는 자리에 있을 지라도 하나님의 선한 손은 움직이고 역사하셔서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게 하시고 필요를 채워주십니다. 그리 아니 하실지라도 하나님은 언제나 나의 편이고 나를 사랑하고 계심을 알고 있습니다.
하나님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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