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식으로 제사를 지내는 시댁은 추석이라 해서 요란하게 음식을 장만하지 않습니다.
제사상에 올리는 것이 과일, 떡, 꽃이 전부이기에 추석전날 마트에서 과일을 주문하고 떡은 떡집에서 맞추고나면 우리가 먹고 싶은 음식을 합니다.
토요일 10시쯤 어머니댁에 도착하니 전을 부치고 계십니다. 전 부치는 자리를 차지하고 전을 부치려는데 '지방'을 쓰라고 나를 부릅니다.
제사날 쓰는 축문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이 집안에 나 밖에는 없습니다. 남편, 시동생, 작은아버지 두 분, 모두들 배울 마음이 없어 시집 온 이후로 지방을 쓰는 건 내 몫입니다. 난 예수님을 믿고 내가 쓰는 것이 믿지 않는 사람의눈에도 옳지 않지만, 그것도 시집온 며느리가 쓰는 것이 옳지않지만 어머님을 위해 씁니다. 어머니 계시는 동안은 계속 쓸 것입니다.
음식 준비는 내가 지방 쓰는 사이에 끝나고, 점심 먹고는 조카들 데리고 숙호산에 베드민턴을 치러갔습니다. 망경동 계시는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댁으로 건너가셨습니다. 남편은 함께 올랐다가 석갑산으로 해서 우리집으로 가고 동서는 이- 마트 가고 싶다고 가고 어머니 나 하림 하빈 명찬 명환 이렇게 배드민턴을 쳤습니다.
하림이가 친구들과 토요일마다 배드민턴을 치더니 숫제 날갖고 놉니다. 이리저리 뛰어다니게 만듭니다. 이렇게 씩씩하게 커준 아들이 고맙습니다. 그리 좋은 엄마 아닌데도 하림이는 바르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날이 더워 내려오는 길에는 마트에 들러 꼬맹이들 손에 먹고 싶은 것을 들려서 마시며 기분좋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5시쯤 북천 메밀밭에 가려했는데 거제로 낚시 갔던 시동생이 회를 떠준다 해서 잠시 지체가 되었습니다. 시동생의 취미생활 덕분에 명절 전날이면 입이 호사를 누립니다. 물고기를 잡지 못할 땐 기다리는 식구들을 위해 어시장에 들러 사와서라도 회를 떠 줍니다. 이번것도 구입한 물고기 참돔, 농어로 회를 뜹니다. 나는 일식집에 나오는 회처럼 도톰하게 썬 회를 좋아합니다. 도톰하게 썰어진 회가 나오자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회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시동생이 떠놓은 회는 맛있습니다. 정성이 담겨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5시 30분쯤에 북천으로 출발해서 수세미 터널, 메밀밭, 코스모스길을 걸었습니다.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물소리 들으며 개울길 걷자니 북천아이들과 사물공연 마치고 악기 들고 학교로 돌아가던 기억이 납니다.
어두워지자 반딧불이도 보입니다.
작년에도 그 이야기를 했었는데 반딧불이 축제도 같이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하동군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볼까합니다.
떡을 찾아 시댁에 올려주고 잠시 더 머물다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추석날은 아침 일찍 어머니 집으로 가 차례를 지내고 가죄동 막내 작은 아버지 댁에서 차례를 지낸뒤 다른 식구들은 절로 가고 우리 가족은 교회로 예배 드리러 갔습니다.
확실히 좋습니다.
하림이와 나란히 앉아 예배를 드렸습니다.
오후에 잠시 쉰 뒤 남편과 산에 올랐습니다. 때마침 구름이 끼어 오르기 좋았습니다. 명절날인데도 산에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5시에 고성 작은 아버지댁으로 향합니다.
나는 고성에 계신 숙모를 좋아합니다.
사람을 좋아하는 그 마음이 좋아 그분은 자주 뵙지 못해도 어제 본 것같은 느낌을 들게합니다.
맛있는 음식 먹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사랑도 듬뿍 받고.
이번 추석은 사랑하는 사람들 만나러 다니기로 했습니다. 그 사랑 가운데서 쉬어 보기로 했습니다.
다음 날은 새벽같이 밀양으로 출발하여 엄마을 만나고 왔습니다.
내 밀양행의 유일한 목적입니다. 엄마가 계시지 않으면 그곳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남동생 내외가 대문을 열고 맞아줍니다. 근 2년을 비워 둔 집인데도 부지런한 남동생 내외 덕에 안팎이 말끔히 정리 되어 있습니다.
점심은 인시차 들른 작은 아버지댁에서 얻어 먹고 그집에서 한참을 이런 저런 이야기하다 차를 타고 밀양시내로 나왔습니다. 밀양역에 들러 엄마 기차시간표를 좀 당겨서 바꿀려 했는데 표가 없어 그냥 두기로 하고 시내구경을 나왔습니다.
밀양은 여전합니다.
쌀도 찧고 간장도 얻고 밤늦게 진주로 돌아왔습니다.
별로 쉬지 않았는데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어서 그런지 피곤하지 않습니다.
연휴의 마지막 날 오늘!
일부러 늦게 일어나봅니다.
아침도 늦게 먹어 봅니다.
일부러 이 집 남자들에게 말도 걸지 않습니다.
나혼자 생각하고 나혼자 움직입니다.
과일도 혼자 깍아먹고
커피도 혼자 마셔봅니다.
지금은 10시 55분!
나혼자 여유를 만끽 중!
좋다.
좀 더 후엔
노고단으로 향하고 있겠지.
발아래 흩어질 구름을 상상합니다.
좋다.
좋다.
좋다.
마음이
참
좋다.
여행
추석연휴-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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